Essay & Columm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리는 것일까?


열자가 살고 있던 정나라의 포택(圃澤)이라는 마을에는 도를 깨우치려고 하는 수행자와 현자가 많이 살고 있었다. 반면에 동쪽에 있는 한 마을에는 관료화 정치가가 많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열자가 제자인 백풍이 자기 제자들과 함께 관료와 정치가가 많이 살고 있는 동쪽 마을을 지가가게 되었다. 백풍과 그 일행들이 오는 것을 본 등석이라는 고위 관리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저들을 다그쳐서 입장이 곤란하게 만들어 볼까”“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기대하며 모두 좋다고 동의했다. 등석과 친구들은 날이면 날마다 모여 앉아서 사회와 정치 문제를 토론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던 반면에, 포택 지방의 헌자와 구도자들은 정치 문제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백풍이 가까이 오자 등석이 말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과 다른 사람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의 차이를 아시오?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주는 것만 받아먹고 사는 사람은 개나 돼지 보다 나을 게 없소. 이 세상에는 사회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사회가 주는 혜택만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둘러앉아 노닥거리면서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짐승이나 가축처럼 주인이 주는 음식만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백풍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백풍의 제자가 앞으로 나서서 등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 제나라와 노나라에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여셨는지요? 집을 잘 짓는 목수도 있고, 쇠와 가죽을 잘 두루는 대장장이와 무두장이도 있고, 악기를 잘 다루는 연주자도 있고, 글씨를 잘 쓰는 서예가도 있고, 병법에 뛰어난 무인도 있고, 종교적인 의실을 잘 거행하는 사제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재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하는 일을 홰 하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나라에는 아무 재능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이 정치를 맡고 있다더군요. 그런데 장치가들이 여러 가지 재능과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들의 상전 노릇을 한답니다. 이런 경우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리는 것일까요?“

등석은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돌아가자고 눈짓을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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